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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법탐원/서예감상-곽노봉선생님

[스크랩] 5. 거연한간(漢)

by 혜당이민지 2010. 2. 19.

 

5. 居延漢簡(漢)


서예는 탄생한 날로부터 줄곧 실제적 사작(寫作), 초사(抄寫), 계각(契刻) 등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에서 서체의 형식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이러한 발전은 일종의 약정속성(約定俗成)에 의해 확립됐다.  도판에 나타난 5개의 간독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5개의 간독은 모두 거연(居延)에서 출토되었다.  첫 번째(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독은 서한시대 태초(太初) 3년(기원전 102)에 제작된 것으로 그 서체의 형식이 이미 매우 성숙되었다.  표준적 팔분한예(八分漢隸)에서 말하는 ‘잠두연미(蠶頭燕尾)’와 정갈하면서도 조밀한 대표적인 특징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 표현이 상당히 뛰어나고 원숙하다.  글씨의 형세는 수단대소(修短大小), 경중완급(輕重緩急), 종횡상부(縱橫相副)를 이루며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으니 동한시대 각석보다 뒤지지 않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행서의 필의를 띠고 있어 정갈하고 원숙함이 더욱 돋보인다.  이 간독도 최근 출토된 최초의 팔분한간(八分漢簡) 가운데 하나이다.  두 번째 간독은 원강(元康) 4년(기원전 62)에 제작된 것으로 비교적 거칠게 씌어져 앞의 것만 못하지만 팔분한예의 특징이 매우 뛰어나다.  이 두 간독은 <오봉각석(五鳳刻石)>보다 각각 46년, 6년이 빠르지만 서체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즉 <오봉각석>은 아직 옛날 진예(秦隸)의 범주에 속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각석문자와 간독의 발전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 이 두 개의 간독으로부터 우리는 기원전 102년에 이미 이와 같이 성숙된 팔분한예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서한초기의 팔분한예가 이미 초기의 규범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간독은 각각 양삭(陽朔) 3년(기원전 24)과 홍가원년(鴻嘉元年, 기원전 20)에 제작된 것으로 서한시대 성제(成帝, 재위기간 기원전 32-7) 때이다.  이 두 개의 간독은 필적이 일치하고 있어 아마도 한 사람이 쓴 것 같다.  개별 글자를 제외하고 기타는 모두 매우 표준적인 장초(章草)로 씌어졌다.  예를 들어 ‘陽朔三年’, '月’, '肩‘, '敢‘ 등의 글자는 상당히 원숙하고 정갈하다.  용필로 볼 때 비록 붓마다 끊어졌으나 기맥은 통하면서 점과 획이 또렷하고 붓을 들고 부름이 분명하다.  또한 방향을 전환하는 곳이 풍요롭고 기맥은 통하면서 점과 획이 또렷하고 붓을 들고 누름이 분명하다.  또한 방향을 전환하는 곳이 풍요롭고 윤택하며 무성하여 의취가 많이 드러난다.  이러한 서체와 우리들이 평소에 부았던 <급취장(急就章)>, <월의첩(月儀帖)>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며, 오히려 서진(西晉)시대 육기(陸機)의 <평복첩(平復帖)>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의취 또한 서로 합한다.  이러한 비교로부터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후세 사람들이 썼던 장초는 결코 당시 유행했던 진정한 장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후세 사람들이 가공하고 미화시킨 일종의 거짓 장초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위․진의 예서와 한예의 관계와 같다.  위진의 예서는 딱딱하고 격식화된 서사 형식으로 한예가 원래 가지고 있던 고박하고 혼후한 풍모와 정신을 이미 잃어버렸다.  다음은 이른바 장초는 서한초기에 이미 일정한 규범이 있었고, 중기와 말기에는 기본적 정형(定型)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장초는 팔분한예가 탄생함과 더불어 잇달아 나왔다는 점이다.  장초를 잘 감상하고 배우려면 한간 및 이후의 위․진시대 간독 그리고 잔지(殘紙)에 남아있는 것을 찾아 이에 대한 진정한 필법과 서세(書勢)를 연구해야 한다.  이외에 이 두 간독의 횡법(橫法), 점법(點法), 별법(撇法), 날법(捺法) 등은 이후 해서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한국서학연구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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