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石門頌(漢)
동한말기는 서예사에서 또 한 차례 중흥기를 이루었던 시기이다. 이는 한편으로 전문적인 서예가와 서예 이론가들이 나타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팔분한예(八分漢隸)의 ‘명석지서(銘石之書)’가 완전히 성숙함과 동시에 각종 풍격이 많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르러 한나라의 팔분예서는 가장 휘황찬란한 정상으로 향했으며, <석문송(石門頌)>은 그러한 정상에서 반짝 빛나는 구슬 가운데 하나였다.
<석문송>의 원래 이름은 <고사예교위건위양군송(故司隸校尉楗爲楊君頌>이며, 또한 <양맹문송(楊孟文頌)>이라고도 하며, 한나라 환제(桓帝) 건화(建和) 2년(148)에 새겼다. 이는 마애에다 새긴 예서로 왕승(王升)이 지었으나 이를 쓴 사람의 성명은 없다. 모두 22행으로 행마다 30-31자씩 씌어졌다. 내용은 한나라 사예교위(司隸校尉)를 지냈던 양맹문(楊孟文)이 석문(石門)을 뚫어 교통을 편리하게 했다는 일을 적었다. 이 작품은 섬서성 포성현(褒城縣)의 동북쪽 포사곡(褒斜谷) 석문의 벼랑이 있다. 이 작품은 한비(漢碑) 가운데 가장 종횡경일(縱橫勁逸)하고 기자호매(奇姿豪邁)하다.
위부인의 <필진도(筆陣圖)>를 보면 “필력이 좋은 자는 골력이 많고, 필력이 좋지 못한 자는 획에 살점이 많다. 골력이 많고 획에 살점이 적은 것을 근서라 하고, 획에 살점이 많고 골력이 적은 것을 묵저라고 부른다. 힘이 많고 근력이 풍부한 것은 좋은 글씨이고, 힘이 없고 근력도 없는 것은 좋지 못하다(善筆力者多骨, 不善筆力者多肉. 多骨微肉者謂之筋書, 多肉微骨者謂之墨猪. 多力豊筋者聖, 無力無筋者病).”라고 했다. 그런데 <석문송>은 ‘골력이 많고 살점이 적으며’, ‘힘이 많고 근력이 풍부한’ 글씨로 근력으로 골력을 나타낸 대표작이다. 용필에서는 조세(粗細)의 변화가 매우 미묘하여 흔히 보여지는 한예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필봉을 암암리 전환하는 법과 파동이 곡절하는 형태는 일종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미 방필과 다르며 또한 일반적인 원필과도 다르다. 추획사(錐劃沙), 옥루흔(屋漏痕)과 같이 표일하고 신기하며 중간은 풍윤하여 비록 제안돈좌(提按頓挫)의 표현이 매우 은근하고 간략하나 곳곳에서 중우하고 혼박한 정취가 나타나 스스로 천기(天機)를 이루고 있다. 필력이 굳세고 침착한 것이 마치 오래된 등나무와 같아 곡절(曲折)하는 곳에서 강인함이 나타난다. 뱀이 기어나는 듯한 행필을 채용하여 붓끝에서 호매하여 구속받지 않는 뜻이 넘쳐흘러 자연스럽게 스스로 방종했다. ‘中 道’자에서 전절(轉折)하는 곳은 붓을 들어 암암리 지나갔고, ‘靈’자에서는 한 모서리를 펴서 전절하여 내렸고, ‘圍 復’에서는 붓을 들어 종이를 떠나 허공에서 내려 필치가 끊어진 것 같으나 필의는 연결되었다. 이처럼 변화무궁하고 의취를 얻어 자유자재로 붓을 휘둘러 형체를 이루었으나 조금도 조작된 느낌이 없어 야일소방(野逸疏放)한 일파를 이루었다. 조형은 크고 넓으면서 표일하며 대소와 종횡의 변화가 많고 행렬의 격식에 구속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命 升’ 등의 글자는 세로획이 매우 길다. 이는 한예에서는 매우 보기 드물고 오히려 한간(漢簡)이 남긴 법으로 ‘예서 가운데 초서[隸中草書]’라 할 수 있다. 풍격은 심후하고 웅기(雄奇)하며 자유분방하여 한간의 노숙하면서도 굳세고 거칠면서도 졸한 맛이 있어 일종의 자연스러우면서도 별도로 천진한 예술효과를 갖추었다. 양수경(楊守敬)은 《평비기(平碑記)》에서 “그 행필이 마치 들 학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떠돌다 변화하려고 하니, 육조의 소수(疏秀)한 일파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其行筆如野鶴聞鳴, 飄飄欲化, 六朝疏秀一派皆從比出).”라고 했다. <석문송> 마애석각의 풍격과 기도(氣度)는 한비에서는 둘도 없는 것으로 한예의 경일호상(勁逸豪爽)한 서풍을 열어주었다.
<석문송>은 한예에서도 가장 배우기 어려운 작품의 하나이다. 장조익(張祖翼)은 발문에서 “300년 동안 한비를 스승으로 삼은 자가 많았으나 <석문송>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없었다. 대개 웅혼하고 자유분방한 기는 담력이 약한 사람이 감히 배울 수 없고 필력이 약한 자 또한 배울 수 없다.”라고 했다. 이 비는 장봉(長鋒)으로 종이에 강한 필력을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손과 마음은 너그럽고 붓끝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허공에서 형세를 얻어 필봉에서 묘한 변화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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