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초해(百聯抄解)
조선시대 하서 김인후가 찬했다고 전하는 백련초해(百聯抄解)는 아동들의 한시 학습을 위해 각종 시집들에서 주옥 같은 7언 연구(대구) 100연(聯)을 모아 엮은 것으로, 순박하고 정겨운 시구로 가득찬 더없이 맑고 천진한 글이다. 거짓과 허물의 진세(塵世)라 이에 따른 좋은 말들도 산더미 같이 쌓여 오히려 정신적 번거로움이 부담을 주는 느낌이다. 이에 우리 동무님들을 이런 7언의 서정이 빚는 아름다운 세계로 안내하여 피로한 마음을 맑게 씻어 보고자 한다.
花色淺深先後發(화색천심선후발)
柳行高下古今栽(류항고하고금재)
꽃빛이 옅고 깊음은 먼저하고 뒤에 피기 때문이요
버들 줄이 높고 낮은 것은 옛날과 지금에 심었기 때문이네
遲醉客欺先醉客(지취객기선취객)
半開花笑未開花(반개화소미개화)
더디게 취한 손님은 먼저 취한 손님을 속이고
반쯤 핀 꽃은 아직 피지 않은 꽃을 조롱하네
紅袖遮容雲裡客(홍수차용운리객)
玉顔開笑水中蓮(옥안개소수중련)
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린것은 구름속의 달이요
아리따운 얼굴에 웃음을 띤것은 물 가운데 연꽃이라
靑菰葉上凉風起(청고엽상량풍기)
紅蓼花邊白鷺閑(홍료화면백로한)
푸른 줄 잎사귀에는 서늘한 바람이 일고
붉은 여뀌꽃 주변에는 흰해오라비가 한가롭네
更深嶺外靑猿嘯(경심령외청원소)
煙淡沙頭白鷺眠(연담사두백로면)
깊은 산봉우리 밖에는 원숭이 울어대고
연기맑은 모래언덕에는 백로가 조네
江樓燕舞知春暮(강루연무지춘모)
壟樹鶯歌想夏天(롱수앵가상하천)
강다락에 제비가 춤추니 봄이 저뭄을 알겠고
밭두둑의 나무에 꾀꼬리가 노래하니 여름임을 상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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