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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재앙의 조짐

by 혜당이민지 2010. 8. 9.

 
고전명구 - 백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재앙의 조짐

2010. 8. 5. (목)

무릇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날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夫禍之作, 不作於作之日.

부화지작,       부작어작지일.

- 한여유(韓汝愈 1642~1709), 《둔옹집(遁翁集)》

 

〈통감이 위열왕 23년에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通鑑始於威烈

 

王二十三年]〉

 

[해설]

  제목에 나오는 ‘통감’은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

 

감(資治通鑑)》입니다. 그런데 《자치통감》은 주(周)나라 위

 

열왕(威烈王) 23년부터 시작됩니다. 역사책을 쓰면서 주나라

 

의 처음도 아니고, 위열왕이 즉위한 해부터도 아닌 중간부터

 

시작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윗

 

글은 출발합니다.

  주나라는 마지막 왕인 난왕(赧王) 때(BC 256년) 멸망하지만

 

그보다 약 150년 전인 위열왕 23년(BC 403년), 진(晋)의 대부

 

인 조적(趙籍), 위사(魏斯), 한건(韓虔)을 제후로 임명할 때부

 

터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이 윗글의 핵심입니다.

 

주나라 왕실이 미약해지고 제후들이 강성해진 순간부터 주왕

 

조의 멸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자치통감》도

 

바로 그 시기부터 기술되었다는 말씀.

  멸망하기 150년 전부터 주나라에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

 

났던 것처럼, 모든 재앙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는 법입니다. 이는 비

 

단 나라만이 아니라 조직,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테니,

 

오로지 그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 잘 대처하는 나라, 조직,

 

개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같이 모든 분야

 

에서 변화가 극심한 시대,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할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글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