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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혼자만 즐길 게 아니라

by 혜당이민지 2010. 2. 12.

혼자만 즐길 게 아니라

 

가슴속의 즐거움을 미루어서 사물에 미치면

천지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이니,

어느 한 가지도 나의 즐거움 가운데에 있지 않는 것이 없다.

   
 

自其胷中之樂 推而至於及物, 則天地萬物 猶吾

 

자기흉중지락 추이지어급물, 즉천지만물 유오

 

 

一體 無一不在吾樂之中.

 

 

일체 무일부재오락지중.

- 권근(權近), 〈독락당기(獨樂堂記)〉,《동문선(東文選)》제79권 기(記)

[해설]

독락당(獨樂堂)이라는 이름을 놓고 누군가가 시비를 겁니다. 글자대로 풀

이한다면 ‘혼자 즐기는 집’이 될 테니 시비를 걸만도 합니다. 이런 이기주

의자.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위의 글은 바로 이에 대한 해명이라고

하겠습니다. 글 속에 ‘독락(獨樂)’에 대한 풀이가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내 스스로 마음에 반성하여도 괴롭지 않으며, 천지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독락(獨樂)이다....... 대개 사람에게 욕심이 있으면 그 마음이 분주하여 근심이 많고, 욕심이 없으면 천리(天理)가 저절로 밝아져서 가는 곳마다 편안함을 느껴 즐거울 것이다.

여기서의 즐거움은 흔히 생각하는, 잘 먹고 신나게 노는 그런 즐거움이 아니라 욕심 없는 삶, 부끄러움 없는 마음에서 오는 즐거움이니 애초부터 시비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락(樂)’은 그렇다 치고, ‘독(獨)’은 어떨까요? 어떤 즐거움이건 함께 나누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본문을 조금 더 봅니다.

군자의 즐거움에는 본말이 있는데 자신의 가슴속에 얻은 즐거움은 본(本)이고, 나타내어 사물에까지 미치는 것은 말(末)이다. 그 가슴속의 즐거움을 미루어서 사물에 미치면 천지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이니, 어느 한 가지도 나의 즐거움 가운데에 있지 않는 것이 없다.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으려면 우선 내 자신부터 즐거워야 할 테니 ‘독락’이 ‘독’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었군요. 이제 설 지나면 또다시 새해. 한 차원 높은 즐거움을 추구함으로써 나의 내면을 충만하게 하고, 거기에서 오는 기쁨과 희열을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리는 연습을 해보시는 건 어떨지.

옮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