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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011 사람의 악덕 중에

by 혜당이민지 2008. 5. 29.

고전명구 011                   (2008. 5. 29. 목)

사람의 악덕 중에


사람의 악덕 중에 조급증이 으뜸이니
人之惡德 莫甚於躁

온갖 허물이 모두 여기서 나온다.
千罪萬過 皆從此出

- 윤증(尹拯), 〈이조 판서 박공 신도비명(吏曹判書朴公神道碑銘)〉에서

해설


이 말은 조선 후기의 문신 박태상(朴泰尙, 1636~1696)이, 내실은 없이 남보다 앞서려고 분쟁만을 일삼는 습속을 경계한 말로, 윤증이 지은 신도비명에 실려 있습니다. 실제로 박태상은 이조 참의가 되어 인사를 맡자 조급히 승진하려는 풍조를 힘써 억제하여 사로(仕路)를 맑게 하였다고 합니다.

조급함은 옛 사람들이 인물을 평가하는 잣대로 가장 많이 쓴 말 중의 하나입니다. 선현들이 공부하는 사람이나 위정자에게 지침을 제시할 때에도 맨 먼저 조급증을 없애야 한다고 가르쳤으니, 성정이 조급하냐 안정(安靜)되었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成敗)와 화복(禍福)이 나누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 선생은 주자(朱子)의 “위공(魏公) 한기(韓琦)는 마음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글씨가 단정하고 근엄한데, 형공(荊公) 왕안석(王安石)은 마음이 조급하기 때문에 대단히 황망한 기운이 있다.”고 한 글을 인용하면서, 안정됨과 조급함의 차이로 인하여 그 결과 온 천하가 복을 누리기도 하고, 온 천하가 화를 받기도 하였다고 논하였습니다.  

‘바삐 먹으면 목에 걸린다’는 평이한 속담이 새삼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글쓴이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