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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012 독한 약에 병 낫고

by 혜당이민지 2008. 6. 19.

고전명구 012                       (2008. 6. 5. 목)

독한 약에 병 낫고


독한 약에 병 낫고                  
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

 瞑眩瘳疾          독한 약이 병 낫고 
 

 脂韋成痍          살진 고기 병 되니

- 신흠(申欽),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臨朝箴]', 《상촌선생집》

1) 명현(瞑眩) : 약을 복용했을 때 아찔하게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강렬한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열명 상(說命上)에 "약이 눈을 캄캄하게 하고 정신을 어지럽게 하지 못하면, 그 병은 낫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온다.
2) 추 : '병이 낫는다'는 뜻의 글자로, 질병이나 상처를 나타내는 부수[病-丙] 속에 '높이 날 료[謬-言]'가 들어간 글자이다.
3) 지위(脂韋) : 기름과 무두질한 가죽이란 뜻으로, 지조 없이 시속(時俗)에 아첨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4) 이(痍) : 상처날 이, 다칠 이.

해설


이 글은 조선 중기 학자 상촌(象村) 신흠(1566 ~ 1628)의 문집인 《상촌선생집》에 실린 원춘 사잠(元春四箴) 중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臨朝箴]'의 일부입니다.

저자는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임금에게 덕을 쌓고 업을 닦으라는 뜻으로, 조정에 임할 때 경계해야 할 일[臨朝箴], 한가로이 거할 때 경계해야 할 일[燕居箴], 학문에 힘쓸 일[進學箴], 건도(乾道)를 본받을 일[體乾箴] 등 네 가지로 잠(箴)을 지어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저자는 신료를 모으기 위해 애써 노력하라고 하면서, '독한 약에 병이 낫고, 알랑거리는 말에 다친다'고 충언(忠言)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계책을 수용하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고 하면서 '사람을 잘 취해야 왕도(王道)가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귀에는 거슬려도 곧은 말이 일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장 듣기는 좋아도 아첨하는 말이 일을 망치니, 의견이 다른 신하도 포용해야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귀에 대고 알랑거리는 말을 칼날 피하듯 피하고, 거슬리는 말을 보약 마시듯 기꺼이 들이키는 자세가 아니겠냐고 상촌 선생이 '2008년 대한민국'에 대고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옮긴이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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