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008 집안을 부유하게 함은

by 혜당이민지 2008. 5. 16.

고전명구 008                   (2008. 5. 8. 목)

집안을 부유하게 함은


집안을 부유하게 함은 재물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고 전일한 덕을 지니면 되네
肥其家不係財 秉德之靜專

나라 위해 공 세움은 꼭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주 있고 현명한 아들을 두면 된다네
功於國不必身 有子之才賢

- 이규보(李奎報), ‘인씨묘지명(印氏墓誌銘)’ 중에서

해설


《동문선(東文選)》122권에 실린 이 글은 이규보가 한림원(翰林院) 동료인 김공수(金公粹)에게 부탁받아 지은, 그의 어머니 인씨의 묘지명 중 일부입니다. 위의 말은 부인이 덕으로 집안을 부유하게 하였고 재주 있는 아들을 두어 나라에 공을 세웠다는 뜻이 되니, 당시로는 부인께 드리는 최고의 찬사일 것입니다.

인씨의 남편은 상장군(上將軍)과 재상을 역임한 고려의 이름난 무신 김원의(金元義, 1147~1217)입니다. 그는 성품이 바르고 청렴했던 것으로 높이 평가받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아들 공수는 과거 급제 후 직한림원(直翰林院)이 되었으니 학문과 재능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는 인씨 부인이 내조와 자녀 교육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훌륭히 해냈다는 것을 뜻합니다.  

가세가 비교적 넉넉한 편인데도 인씨 부인은 상장군이 재상에 오를 때까지도 길쌈일을 쉬지 않았습니다. 자제들이 만류하면 “이것은 내 직분이다. 이는 마치 너희들이 책과 붓을 잠시도 떼놓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답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녀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을 것입니다.

글쓴이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