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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hyedang00/poeme & poet

[스크랩] 기형도 - 전문가 (완성본)

by 혜당이민지 2012. 8. 28.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단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 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 담장을 떼어냈을 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먼저 위 작품에 대해 논하기 전에 기형도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필요가 있다. 여러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많겠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우울함이다. 유년 시절의 상실, 불행한 가족사, 가난 등의 경험이 그 우울함의 배경이 된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말 그대로 요절함으로 그 우울함의 끝을 맺었던 기형도 시인. 전문가 또한 그 우울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해석하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위 작품은 크게 세가지 방식으로 접근 할 수 있다.

첫번째는 기형도 자신의 자아, 이상에 관한 시로 접근하는 방식, 두 번째는 시가 쓰여진 당시 시대 상황이 독재정권 시절이었다는 점을 생각해서 군림하는 독재자와 지배당하는 대중에 관한 시로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질,자본 시대에 물신에게 지배당하는 대중에 관한 시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전체 주제가 노동과 자본이라는 점을 고려해 세번째 방식으로 시에 접근을 해보겠다.

 

전문가의 시를 가장 쉽게 본다면 교활한 자본가와 순진한 노동자의 관계를 형상화한 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비시대의 인간들이 ‘물질화’되어가는 과정과,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관계는 조련사들이 동물을 길들이는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 조련사는 동물에게 무차별적으로 먹이를 공급한다. 그리고 어떤 단계에 이르게 되면 먹이의 공급을 중단하고, 먹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하게 된다. 동물들은 무한정 먹이가 공급되던 행복한 시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렇지 못한 현재의 ‘결핍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조련사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게 되고, 결국은 조련사에게 길들여지게 된다.

 

광고나 영화, 드라마 등은 우리에게 계속 욕망을 부추기고, 사람들은 그러한 욕망의 공급으로 새로운 행복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인간들은 끊임없이 공급되는 욕망에 의해 항상 결핍된 상태로 있고, 그리고 그 결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들이고, 가봐야 하고, 먹어야 한다. 조련사의 먹이가 없더라도 행복했었던 동물들과, 그런 물건들 없이도 잘 살았고 행복했던 인간들은 조련사와, 소비시대의 자본주의에 의해 점점 길들여지고, 철저히 구속되어 진다.

시 <전문가>에서, 유리를 거부하고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라고 주장한 아이는 그 골목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이미 그것(유리담장)은 진실이 되었기에, 아니 진실이라 믿어져야 하기에 권력자에 의해서.또는 그 아이가 해방시키려했던 민중들에게서조차 외면되어지고 만다.  그 후 남은 아이들은 가려진 진실에 길들여서 완벽한 사회의 부하가 되었고, 나중에서야 사회의 모순과 자신들이 속았음을 알지만, 거짓된 진실 그러나 현실이 되어버린 거짓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미 ‘그’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그 누군가는, 추악하고 더러운 현실에 달콤한 포장을 씌우고 그것이 진실이고 전부라고 믿게 만드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돌리고 있다.

 

유리담장은 빛을 생산하지도 못하면서 얄팍한 술수로 마치 빛을 생산이라도 하는 것인 냥 반사한다. 사람들은 그 반사된 빛을 감사히 소비하고, 빛이 원래 존재하였는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는 이러한 거짓된 무언가로 사람들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고, 그들을 자신의 편의를 위한 노예로 만든다.


결론적으로 위 시에서 전문가는 인간을 길들이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또 잘 하고 있는 ‘소비시대의 물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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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별거는 없습니다. 아래 조사해주신 분이 자료를 너무 잘 찾아주셔서..

그냥 뺄거 좀 빼고 붙일거 쫌 붙인거에요.^^

 

출처 : 한국현대문학의 이해 4조모임
글쓴이 : 정지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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