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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029 호랑이가 산중에 있으면

by 혜당이민지 2008. 10. 5.

고전명구 029                  

호랑이가 산중에 있으면

호랑이가 산중에 있으면 산나물이 자라나며,
용이 큰 못에서 사라지면 미꾸라지가 춤을 춥니다.


虎在而藜藿植 龍亡而鰍舞¹

 

호재이여곽식 용망이추선무

1) 藜 : 명아주 려 / 藿 : 콩잎 곽 / 鰍 : 미꾸라지 추 / 선 : 드렁허리. 魚+善

- 이서우(李瑞雨), 〈이하진 묘갈명(李夏鎭墓碣銘)〉,  《송파집(松坡集)》

해설


위 글은 경신년(1680, 숙종6) 봄, 대사간에 제수된 이하진(李夏鎭)이 잘못된 시정(時政)을 논하는 상소에서 한 말로, 이서우가 그의 묘갈명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당시 허목(許穆), 홍우원(洪宇遠) 등 중신들이 숙종의 뜻을 거슬러 조정을 떠나게 되자 이러한 간언을 올린 것입니다.

이 글의 의미는 ‘훌륭한 신하를 내치면 장차 소인배가 득세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임’을 임금에게 경계한 것입니다. 《한서(漢書)》개관요전(蓋寬饒傳)에는, “산에 맹수가 있으면 여곽을 그 때문에 뜯지 못하고, 나라에 충신이 있으면 간신이 그 때문에 일어나지 못합니다.[山有猛獸 藜藿爲之不采 國有忠臣 姦邪爲之不起]”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강개하고 학덕이 높았던 개관요가 억울하게 죄를 받자 당시 간원이 그를 변호하는 글에서 한 말입니다.

나라에 큰 인물이 자리 잡고 있어야 만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해악(害惡)이 싹트지 않는 것입니다.

옮긴이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