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by hyedang00/poeme & poet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by 혜당이민지 2012. 3. 31.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는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새 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 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다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

**학창시절....참 많은 날들을 가슴앓이 하게 했던 그녀..
오늘 벗님 덕분에 
그녀를 위해 진한 커피를 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