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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자료실/書藝에 관하여...

茶半香初

by 혜당이민지 2011. 8. 6.

茶半香初

 

추사 김정희가 선다일여(禪茶一如)의 세계를 보이셨던 초의선사가 보낸 차를 선물로 받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 시입니다.

 

靜坐處茶半香初 정좌하여 앉은 곳에 차가 반쯤 끓어 향이 나기 시작하고

妙用時水流花開 삼매경에 들게 되면, 물흐르고 꽃피듯이 흘러 간다

 

추사선생이 다시 구성한 구절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황정견의 문집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해석이 구구합니다. 쓴 사람의 의도를 몰라서 그렇겠지만, 실제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문장입니다. 그 사람의 처한 환경에 따라서...

 

1.고요한 곳에 그윽히 앉아 차가 끓으니 맑은 향기가 피어나고, 신묘한 작용이 일어나니 계곡물 흘러가고 꽃이 활짝 피어나네.(妙用은 사람이 하는 일의 동작을 표현한 것입니다. 茶半香初; 여기서의 '반(半)'은 최절정(最絶頂)의 뜻.妙用時; 차신(茶神)과 수체(水體)가 잘 어울림. 水流花開; 물 흐르고 꽃 피듯 자연(自然)처럼 하나 됨)

水流花開라는 말은 초의선사가 즐겨 썻다고 하는데, 원래는 황산곡(황정견)의 다음 詩가 원전이라한다. 혹은 소동파가 水流花開란 구절을 먼저 썼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시기의 인물이라 더욱 선후를 가리기가 애매합니다

 

宋代 黃山谷의 詩

 

萬里靑天(만리청천) 구만리 푸른 하늘

雲起來雨(운기래우) 구름 일고 비 내리네

空山無人(공산무인) 사람 없는 빈 산

水流花開(수류화개) 물 흐르고 꽃이 피네

 

2.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를 반이나 마시도록 타는 향은 처음과 같고, 고요히 흐르는 시간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더라

 

3. 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따르니 향기가 피기 시작하고, 신묘한 차향을 맛보고 있으니 물 흐르고 꽃이 피도다.

 

4.고즈넉히 앉아서 좋은 차 우려내니 찻물은 무르익어 찻내음 피어나네.좋은 차 좋은 물 잘 우러난 색향미(色香味)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 되었네.

 

5.고요히 앉아 있으면 품성이 차의 첫 향기처럼 그윽하고, 어떤 일인가를 하면 물 흐르듯 꽃 피우듯 한다.(사람의 향기에 대해서 노래한 시로 차의 정적의미와 향기를 알려줌)(한승원)

 

6.효당 최범술(1904~1979)은, 정좌한 자리에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 그대로일세 , 묘용의 시각에  물은 절로 흐르고  꽃은 홀로 피고 지네”라고 번역해 놓고, “이 선귀의 드높은 경지는 원문 그대로 음미하는 것이 좋다”면서 “번역을 하면 비단을 뒤집어 놓은 격”이라고 사족을 달았다.(정좌처(靜坐處)와 묘용시(妙用時), 다반(茶半)과 수류(水流), 향초(香初)와 화개(花開)로 절묘한 댓구를 이룬다. 공간의 정적인 분위기와 시간의 동적인 현상이 신비한 대비를 이룬다고나 할까)

(시의 분위기를 묘사하자면 이렇다. 차를 반쯤 마시고는 입안에 가득 밴 차의 향기를 고요히 음미한다. 방금 피운 향내음이 그윽하다. 그리고 이 방의 주인은 잠시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든다. 선정 속이다)(마음속에는 묘용이 일어난다. 입안을 적신 차의 묘용이다. 주인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된다. 몽경(夢境)인가 깊은 산 속인가. 오묘하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물 흐르고 꽃이 핀다)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 구절 ‘수류화개(水流花開)’가 심금(心琴)을 가장 많이 울린다.(물 흐르고 꽃이 핀다)

 

7.고요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셨는데 묘용의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누나

 

8.고요히 앉은 이곳 차는 반이 되고 향기는 여전하네 신묘한 작용이 일어나니 물 흐르고 꽃 피어나누나

 

9.고요히 혼자 앉아서 차를 끓이는데 찻물이 닳아 반쯤으로 졸았지만 반쯤 남은 차의 향기는 처음이나 다르지 않다. (사람의 관계가 시종여일해야 함이고 세상은 靜中動이요 色卽空한 묘한 이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 작용하여 물이 흐르고 꽃이 피고 있다. 이는 세상 변화의 이치가 恒久如一함을 말한다)

 

10.고요히 앉은 자리엔 차가 절반이나 줄어도 향기는 여전하고, 신묘한 작용이 있을 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 나누나.

 마치 눈앞에서 차맛을 음미하고 있는 추사의 정밀한 끽다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이 시 중에 ‘수류화개(水流花開)’란 말이 나옵니다.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는 자연의 섭리)

 

11.유홍준 교수는 『완당평전』에서'고요히 앉아있는 것은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과 같고, 오묘하게 행동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과 같네' 라고 하였다.

 

12.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절반인데 향은 처음 그대로다 묘하게 쓰는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이 핀다

 

13.고요히 앉은 자리에 차를 반 넘게 마시도록 타는 향은 처음과 같고 고요히 흐르는 시간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피더라'

 

14.고요한 좌선실에 차 맛은 반잔의 맛, 향기는 첫 향기,묘용을 쓰는 시간에 물이 흐르고 꽃이 피나니'

 

15.(靜坐處는 고요히 앉아있는 곳 즉 좌선하는 것을 뜻하고, 半은 半日의 준말이다. 妙用은 깨달은 사람의 마음 씀을 이야기한다)...따라서 직역(直譯)하면,'고요히 앉아 차 한잔 마시고 반나절이 지났는데 그 향은 처음과 같고,묘한 마음을 쓸 때는 물 흐르듯이 꽃 피듯이 한다' 와 같고, 의역(意譯)하면'공부 할 때는 처음과 끝이 같게 하고 깨친 사람의 일상생활은 물 흐르고 꽃 피듯 한다' 가 된다.

 

16. 수류화개(水流花開), 물이 흐르고 꽃이 피누나 (흐르는 물처럼, 피는 꽃처럼)

(이 말 속에는 ‘세상이 비바람으로 난세가 되거나 인적이 없는 적막한 곳에 격세되어도, 인생은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하며 피는 꽃처럼 낙천(樂天)하고 결실하여야 한다는 멋진 인생철학’이 담겨있다)(수류화개:고요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상태를 연상)(추사가 선다일여(禪茶一如)를 강설하는 초의선사의 차를 선물로 받고, 써 보낸 시에도 이 말이 나온다)

 

17. 고요히 앉은 자리엔 차가 절반이나 줄어도 향기는 여전하고, 신묘한 작용이 있을 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나누나.(수류화개의 경지가 천지인(天地人), 곧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완전히 합일된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풍류(風流)의 가장 높은 경지가 바로 그것이요, 예술의 가장 깊은 진경이 그런 것이 아닐까)

(추사는 초의선사(草衣禪師)께 「명선(茗禪)」「선탑다연(禪榻茶烟)」「정좌처다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글을 써서 보내게 되었다. 이런 글귀는 모두가 선다여(禪茶如)의 경지를 천명한 것이다.

 

18. 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절반인데 향은 처음 그대로

(한 잔의 차를 비울 때까지 변치 않는 차의 향처럼, 우리 안에 간직되어 있을 초심을 떠올리면서…….)

 

19.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절반인데 향은 처음 그대로다. 묘하게 쓰는 때에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추사 고택)(충남 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