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번역원/고전명구.명시

021백발은 시에 쓰이면 새롭고

by 혜당이민지 2008. 8. 19.

고전명구 021                  

백발은 시에 쓰이면 새롭고


백발은 미인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시에 쓰이면 새롭고
부귀는 세인들이 좋아하는 것이지만 시에 들어오면 누추하다

白髮花林所惡而用於詩則新

富貴世情所喜而入於詩則陋

- 이수광(李수¹光), 《지봉유설(芝峯類說)》

1) 수 : 目+卒. 눈이 밝고 맑음.  

해설


위 글은 조선 후기의 문인 지봉(芝峯) 이수광(1563~1628)이 《지봉유설》에서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의 일화를 기술한 조목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옥봉은 유명한 시인으로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내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작(詩作)에 전념하였기에 사람들이 더욱 귀중히 여겨 작품마다 회자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명성과는 달리 집안도 빈한하고 변변한 벼슬도 못한 탓에 옥봉의 행색은 늘 초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봉유설》에 실린 일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옥봉이 한번은 공산(公山)에 유람한 적이 있었는데, 공산현감은 유명한 시인을 환영하기 위해 온갖 준비를 갖추고 기생들도 단장시켜서 데리고 맞이하러 나갔습니다. 그러나 막상 당도한 인물을 보니 의관이나 외모가 아무 볼품 없는 일개 선비에 불과하였습니다. 모두 실망한 가운데 한 기생이 “지금 백공을 보니 바로 조룡대(釣龍臺)구료.” 하자, 함께 있던 사람들이 크게 웃었습니다. 조룡대는 경승지라 일컬어지던 곳인데, 실제로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비유한 것입니다. 여기서 지봉은 위에 인용한 혹자의 말을 빌려 이 일화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뛰어난 시인과 그가 남긴 작품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까지 오래오래 존경 받고 음송됩니다. 세상에서보다 시 안에서 더욱 빛나고 우대받는 단어가 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옮긴이
오세옥(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