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석에게 ‘문사(文史)를 공부하도록 하라’고 말했더니 산석이 머뭇머뭇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핑계를 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한테는 병이 세 가지가 있어서요. 첫째는 둔하고, 둘째는 꽉 막혔고, 셋째는 미욱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공부하는 자들은 큰 병을 세 가지나 가지고 있는데 너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구나! 첫째는 기억력이 뛰어난 것으로 이는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는 글 짓는 재주가 좋은 것으로 이는 허황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는 이해력이 빠른 것으로 이는 거친 데 흐르는 폐단을 낳는단다. 둔하지만 공부에 파고드는 자는 식견이 넓어질 것이고, 막혔지만 잘 뚫는 자는 흐름이 거세질 것이며, 미욱하지만 잘 닦는 자는 빛이 날 것이다.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이냐. 근면함이다. 그렇다면 근면함을 어떻게 지속하느냐. 마음가짐을 확고히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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