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나는 강계부에서 한번 있었던 일을 우연히 남들이 엿보고서 지레 짐작하여 지나는 고을마다 폐단을 일으켰고, 그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난 줄도 모르고 되레 관서 땅을 촌스럽게 여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사연을 의주부윤에게 말해주고 한번 웃어넘기고 말았다.
아아! 관찰사는 그저 도백(道伯)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각 고을에서 그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필코 엿보고서 비위를 맞추어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들의 목숨이 그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군주는 존귀하기가 하늘과 같아서 억조창생의 목숨이 달려 있으니 그 한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을 자 누구이겠는가? 그런데 군주가 좋아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요, 좌우에서 엿보는 자는 몇 백 몇 천일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그 중 하나라도 좋아하는 것이 바르지 않다면 왕 가까이에 있는 자들이 아침저녁으로 엿보면서 은근하게 짐작하여 내뱉는 말마다 영합하고 하는 일마다 받아들여서 군주가 끝없이 자기를 좋아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한 뒤에는 현자를 헐뜯고 능력있는 자를 질투하며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해치는 독수를 은밀하게 뻗으니, 이에 따라 나라가 기울고 뒤집어지는 일이 역사에 가득 널려있다. 어찌 두렵지 않은가?
내가 밥상 위의 꽃을 두고 벌어진 일을 겪고서 남들의 윗자리에 있는 자들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 글을 짓는다.
- 채제공(蔡濟恭), 〈안화설(案花說)〉, 《번암집(樊巖集)》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