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화문(集和門)은 남간(南澗) 초가집의 중간에 있는 작은 문이다. 높이는 허리를 구부려야 들어가고, 넓이는 쟁반을 받들고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이며, 문설주는 자귀로 다듬지 않아 거칠다. 이렇듯이 보잘 것 없고 거친데도 불구하고 멋진 이름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기쁨을 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계를 하기 위해서다.
나는 아들 셋을 두었다. 며느리를 얻었는데 모두들 유순하고 어질어서 동서들 사이가 친하여 화락하였다. 비록 죽을 때까지 함께 산다 해도 틀림없이 다투는 말이 없으리라. 단지 집은 좁고 식구는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분가할 계획을 세웠다. 일찍이 아내와 상의하여 10여 칸 집을 지어서 둘째와 셋째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도록 했다. 이런 계획이 다 완성되었는데 아내가 불행히도 세상을 떴다. 나 홀로 고심하고 노력하여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동쪽 다섯 칸은 둘째의 집으로 하고 서쪽 네 칸은 막내의 집으로 했다. 앞 두 칸은 마구간 두 채를 만들었고, 마구간 위에는 머슴방을 만들었다. 동서의 중간에 작은 문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집화문이다. 나는 두 아들 며느리가 이 문을 오가면서 화기애애하게 서로 즐겁게 지내면서 끝까지 화기(和氣)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화기를 잃지 않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병이 생겼을 때 서로 구완하고, 재물이 없을 때 서로가 도와주며, 가난하고 부유함이 같지 않아도 상대를 부러워하지 않고, 재능이 각자 달라도 서로 시기하지 않는 데 있다. 이와 같이 한다면 화목하지 못할 일이 있으랴? 이것이 집화문이라 이름지은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