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 후기 문신 장암(丈巖) 정호(鄭澔)의 노학잠(老學箴) 중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자는 63세인 경인년(庚寅年 1710, 숙종 36)에 죄를 지어 궁벽한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글을 읽으면서 느낀 바가 있어 이 잠(箴)을 지었다고 합니다. 중국 춘추 시대 진(晉) 나라의 악사(樂師) 사광(師曠)이 “어려서 배우는 것은 해가 막 떠오를 때와 같고, 젊어서 배우는 것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과 같고, 늙어서 배우는 것은 밤에 촛불을 든 것과 같다.[幼而學之 如日初昇 壯而學之 如日中天 老而學之 如夜秉燭]”고 하였는데, 저자는 이 말을 인용하고는, 어려서 배우거나 젊어서 배운다면야 더없이 좋지만 늙어서 배우더라도 늦었다고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어 위의 “以燭照夜 無暗不明 燭之不已 可以繼暘” 구절과 함께 “해와 촛불이 다르다지만 밝기는 마찬가지이고, 밝기는 마찬가지라지만 그 맛은 더욱 값지다.[暘燭雖殊 其明則均 其明則均 其味愈眞]”라고 말하여 늙어서 배우더라도 배우는 것은 배우는 것이고, 배우는 맛은 오히려 젊을 때보다도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 젊어서 학문에 힘쓰라고 격려하는 말이라면, “늙어서 배우는 맛은 더욱 값지다.”는 말은 공부에는 끝이 없으며, 학문하는 즐거움은 배우는 것과 삶의 경험이 맞물릴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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