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에 당나라 사람의 시를 보다가 “몸에 병이 들자 그제야 한가롭다¹”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달프게 일하느라 잠깐의 휴식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한가로운 시간을 차지할 수 있는 경우란, 단지 몸에 병이 생기는 그때뿐임을 이 구절은 말하고 있다. 이 구절을 늘 읊조리면서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데 머물지 않고, 온 세상의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가엾게 여겼다.
나는 올해 춘천부사로 있다가 부름을 받고 황급하게 승정원으로 들어왔다. 날이면 날마다 새벽에 대궐로 들어갔다가 밤이 되어 나왔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가을에서 겨울로 세월은 흘렀다. 그 겨울마저 반이나 지났다. 그동안 잠깐 업무에서 체직된 적이 있지마는 그것도 종기를 앓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바로 또 분에 넘치는 일을 맡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