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삼연집(三淵集)》 〈습유(拾遺)〉 29권에는 ‘만록(漫錄)’이라는 표제로 인생과 학문에 관한 짧은 생각을 펼친 글을 묶어 두었다. 그 뒷부분에 속태(俗態)와 악태(惡態) 70칙(則)이 실려 있다.
권섭(權燮, 1671~1759)이 삼연의 그 글을 보고서 속태에 속한 내용을 악태에 속한 것으로 바꾸거나 악태에 속한 것을 속태에 속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고, 또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추태(醜態)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9칙(則)을 첨가하였다. 전체적으로 삼연의 글에 비추어 22칙(則)이 불어났다.
이 글은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꼴불견의 행태를 모아놓았다. 그런 꼴불견 행동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은 그러한 우를 범하지 말자는 목적에서 쓴 글이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또는 습관에 따라서 숱한 좋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 행동들이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기분을 나쁘게 만들며, 살풍경의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한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지키고, 품위를 유지하려면 그러한 행동을 피해야 한다.
이 글을 18세기의 에티켓 문화를 체계화한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서 묘사한 것과 비교해보면,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목도할 법한 피해야 할 행동을, 저속한 행태인 속태(俗態)와 더러운 행태인 악태(惡態), 추악한 행태인 추태(醜態)란 세 가지 범주로 모아 놓았다. 모두가 짤막한 문구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아포리즘 또는 경구는 아니다. 한 칙(則) 한 칙이 인간이 사는 세상의 인정물태(人情物態)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더욱이 그 내용은 고전에서 뽑아낸 것이 아니라,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의 조선 현실에서 재료를 취해 왔다. 그래서 이 글을 읽다보면 역으로, 조선 사람 특유의 행동방식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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