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던 매화의 남쪽 가지 끝에는 벌써 봄소식이 올라와 있건만, 우리 벗님은 올해 어느 곳에서 맴돌고 있는지 모르겠구려. 추운 날 꽃가지 곁에 서서 마음속으로 꽃술을 헤아릴 때마다 ‘이 꽃은 소식이 분명하건만 벗의 소식만은 그렇지 못하구나!’라고 생각했더랍니다.
노형의 발걸음이 근자에는 어디에 머물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마릉(馬陵)의 농가에 계신가요? 아니면 금석(金石)의 옛집에 계신가요? 이번 행로는 몇 곳으로 잡았으며, 몇 곳의 산수를 다 보셨는지요? 큰 가뭄이며 홍수는 어느 곳에서 만났고, 어느 곳에서 비바람을 만났는지요? 혹시 서쪽 길을 잡아서 서울을 거쳐 개성의 천마산과 박연폭포를 들르고, 멀고 먼 대동강에 이르러 동명성왕(東明聖王)의 사당을 알현하고 정전(井田)의 유적지를 구경한 다음, 연광정을 올랐다가 곧바로 의주의 통군정(統軍亭)까지 도착했는지요? 그게 아니라면 동쪽 길을 택해 원주와 춘천을 거쳐 강릉과 양양을 들르고, 굽이굽이 돌아서 낙산사와 총석정을 향하다가 시원스럽게 비로봉 꼭대기까지 올랐는지요?
하늘과 땅을 집으로 삼고, 강과 산을 식구로 여기며, 안개와 노을, 구름과 달을 양식으로 삼아 한 평생 남으로 갔다 북으로 가고, 동으로 갔다 서로 가기를 조금도 어렵게 생각지 않는군요. 그러나 쓸쓸한 규방의 부인은 노형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가슴을 치면서 장탄식하고, 외로운 청상과부 며느리는 적막 속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죽인 채 한숨을 쉬고 있다오. 노형이 아무리 대장부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것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단 말이오? 노형은 백륜(伯倫)¹처럼 광달하고, 보병(步兵)²처럼 미친 노릇하며, 만경(曼卿)³처럼 기발하고, 동보(同甫)⁴처럼 호탕하다오. 그렇지만 그것이 병인지 병이 아닌지, 중도를 넘었는지 중도에 미치지 못했는지를, 한 평생 옛사람의 책을 읽은 노형이 왜 모르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