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 새가 자기가 학이라고 여겨서 학소대 위에 앉아 명성을 노리기야 했겠습니까? 말짱 구경한 사람이 망령을 부린 것이지요. 학이 생긴 모습은 옛날의 성현이 지은 책에 흔히 나타납니다. 정수리는 붉고 모가지는 둥글며, 깃털은 하얗고 꼬리 쪽은 검으며, 다리는 길이가 석 자입니다. 우는 소리는 하늘에까지 퍼집니다. 화표주(華表柱)_1)와 구지산_2)에 학이 없다고 한다면 그만이지만, 학이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이런 모양으로 생겼을 것입니다. 이제 저 새를 본 사람들은 학을 몰랐고, 새는 처음부터 명예를 얻으려는 뜻이 없었습니다. 몰랐기에 위태롭지 않았고, 명예를 얻으려는 뜻이 없었기에 화가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시서(詩書)를 말하고 경륜을 펼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장사치를 잘 꾸며서 이윤(伊尹)과 부열(傅說) 같은 정승으로 만들고, 아첨꾼을 잘 주물러서 관중(管仲)과 제갈량(諸葛亮) 같은 자라고 선전하지요. 마지막에는 거섭(居攝) 시절에 왕망(王莽)이 주공(周公)의 자리에 올라앉고_3), 희녕(熙寧) 시절에 왕안석(王安石)이 공자 노릇을 한 것처럼_4), 천하와 국가에 재앙을 입히는 자가 많습니다. 그러니 학이 진짜가 아닌 것쯤이야 굳이 병이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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