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구절은 조선 후기 문신 귀록(歸鹿) 조현명(1690~1752)의 문집인 《귀록집》에 실린 봉잠(蜂箴)의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자가 떡을 먹으려고 그릇에 꿀을 덜어놓자 어디선가 벌 세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한 마리는 그 곁에서 입을 대었다 떼었다 하고, 한 마리는 머리를 처박고서 나뒹굴어 자빠지고, 한 마리는 높이 맴돌면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그 벌들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애초에 너희가 여기 온 뜻이 무엇이냐?”
삶의 목적을 잊은 채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저 죽는 줄도 모르고 덤벼드는 모습을 딱하게 여겨 친절하게 일러주기도 합니다.
“정원 가득 핀 꽃으로 훨훨 날아가거라.”
저자는 옳은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이익만 있으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벌의 모습을 빗대어 충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윙윙 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모으는 데 온 정신을 쏟는 벌들의 모습이 더욱 눈부신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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